☕️ 카페
언젠가 친구와 ‘우리는 커피 중독이 아니라 카페 중독’이라고 우스갯소리를 나눈 적이 있어요. 혼자만의 시간이 무척 중요한 사람인데도, 집에 있을래 카페 갈래 물으면 높은 확률로 카페에 가는 선택을 하곤 합니다. 물론 집(정확히는 방이지만)은 제게 달려있는 모든 안테나를 완전히 끌 수 있는 동굴이기도 하지만 가끔은 불안과 외로움으로 답답한 곳이 되기도 하니까요. 카페에선 홀로 멍하니 있다가, 책을 읽거나 일을 하며 나름 집중하다가,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정처없이 수다를 떨다가, 그곳에서 열리는 모임이나 공연에 참여하다가, 다시 혼자가 될 수 있잖아요. 홀홀함과 끈끈함을 때에 따라 둘 다 느낄 수 있죠. 그러고 보면, 제가 추구했던 감각은 항상 이런 게 아니었을까, 내 세계로의 몰입과 공동의 세계를 짓는 협동을 오가는 공간에 안전하게 연결된, 그런 삶과 관계와 일을 꿈꾸는 것 같습니다.
☄️ 즉흥
사십이 되면 독일에 있는 즉흥춤 학교에 입학하고 싶다는 공상 같은 버킷리스트를 가지고 있습니다. 저번 주엔 진저티의 질적연구과정을 담은 강의를 들었는데, 질적연구와 즉흥움직임과 닮은 점이 있다면, 최종 도착지가 정해져있지 않다는 점이에요. 즉흥춤을 추면, 이렇게 하세요, 하는 말보다 충분히 들으세요, 하는 말을 훨씬 많이 들어요. 지금 내 몸이 어디로 어떻게 가고 싶은지 정확하게 들을 줄 알아야 다음 그 다음으로 흐를 수 있을 테니까요. 그렇게 움직이다가 문득 여기 이 모양이 도착지라는 걸 감각하면, 분명 예상하지 못한 곳에 와있는데도 마치 여기에 도달할 줄 알았던 것 같은 묘한 기분에 휩싸입니다. 그런 기분이 반가워서, 더 잘 듣고 싶어지는 것 같습니다. 나도 모르는 나의 다음 동작을 기대하는 마음으로요.
🖼️ 묘사
작년 말에 참여한 한 워크숍에서 움직이고 있는 이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동시에 소리내어 묘사하는 연습을 했어요. 이를 테면, ‘경진은 창문을 등지고 무릎을 꿇고 앉는다. 고개를 숙여 이마를 바닥에 댄다.’ 같은 문장을 말할 수 있는 거죠. 근데 저는 한 문장도 말하지 못했어요. 왜인지 너무 어려웠어요. 그래서 올해 초에 나만의 ‘묘사연습’을 시작했어요. 공원을 산책하는 중에 하나의 장면을 포착해서 있는 그대로 묘사하는 짧은 글을 쓰기. 요즘은 거의 못하고 있지만, 묘사연습을 한다고 생각하면 금방 지나칠 일상적인 장면도 구체적인 알갱이로 보이고 오래 기억하고 싶어져요. 묘사연습을 하고나서 제가 믿게 된 건, 어떤 묘사는 그 자체로 이야기가 된다는 것이에요. 그렇다면 ‘어떤’ 묘사여야 하는 걸까. 진저티에서의 시간이 그 빈칸을 찾아나가는 데에 벌써 힌트를 주고 있는 기분이 드는 것 같아서 신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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